좀 뜬금없지만 사람이 죽고 산다는건 대체
이등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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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18:12
무엇인지? 삶과 죽음의 의미 이딴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고 산다는게 뭔지? 표현이 잘 안되지만 아무튼...
대학꼬 졸업 무렵부터 늘 머리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잊을만 하면 한번씩 떠오르는 그림이 있삼.
대학 막 졸업하고 어느 날 갑자기 아는 선배에게서 전화가 옴.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까지 치루고 집을 정리하고 있다고...
이 선배가 매일 친하게 어울려 다니던 그런 형은 아니었지만 말이 잘 통하고 맺힌 구석이 없이 유쾌해서 호감이 가던 선배였음. 자기 친구들도 있을텐데 내게 연락한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음.
어떻게 하고 있나 다음 날 아침에 가봤더니 하아... 옥상이라기엔 좀 좁고... 아는 분들은 아실텐데... 1층 집인데 지붕이 없고 장광이라고... 누룩 고추장 된장 이런거 항아리에 담아 올려 놓는 그런 곳임.
거기에 비좁은 방하고 부엌이 있고 거기서 할머니하고 이 선배하고 살았던 거임.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어쨌든 올라가서 선배 위로해주고 짐 싸는걸 도와주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리는데 옆집 2층이 보이는거임. 거기가 부엌이었는지 식구들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었음.
그 순간 뭔가... 말로 표현 못할 어떤 심상 같은 것이 떠올랐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졌었음. 한쪽에선 누군가 죽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눈길만 돌리면 그와는 아무 관계없다는 듯이 돌아가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는 것...
한 사람이 죽는다는건 그 사람이 수십년 쌓아올린 개인의 역사도 함께 소멸되는 것인데 이 역사는 누구도 기록해 주지 않는거지. 세상엔 그런 수십억의 역사들이 사라지고 태어나고...
그냥 그런 답 없는 의문만 남은 기이한 경험을 했음. 벌써 30년도 넘은 일이지마 그날 아침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있음... 머... 그렇다고요... 에휴... 퇴근이나 해야지...
출처 : 커뮤니티 포털 - 밤킹넷https://www.bamk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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