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 0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을 써본다. 썰을 풀기 전 그냥 tmi 식으로 프롤로그처럼 써본다.
썰을 쓰기로 한 건 공유의 목적도 있지만 잊히는 기억과 둔해지는 당시의 감정을 기록하고자,
그니까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이 잘 가다가도 산으로 갈 때가 있을 테지만 알아서 걸러봐주길 바란다.
각자의 신상을 위해 장소나 취미 등 썰 핵심을 제외하곤 각색 할 것이다.
0편은 19썰이 거의 없다.
나는 20대 초반이고 대학생이다. 성욕은 별로 없다.
한 달에 평균 혼자서 1,2번 하고 아예 3달 연속으로 안 할 정도로 그다지 성관계에 목마른 사람은 아니다.
근데 성향은 있다. 구속을 제일 좋아하고 소심한 성격이 전혀 아닌데 꼭 성관계 할 땐 부끄러워져서 안대도 좋아한다.
기구플, 약한 스팽 등 부드러운 관계도 좋아하지만 저런 것들은 조미료 느낌이라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전혀 아닌데 돔 성향도 있었다. 기구플도 구속도 펨돔질도 올해 다 처음 했었다.
아마 썰을 풀며 종종 계속 나오는 말이겠지만 정말 올해 초중반의 나는 나사가 풀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저씨 썰이 중점이라 아저씨를 만나기 전 썰은 나중에 심심하면 자세히 쓸 예정이다.
[ - ] 내용은 넘겨도 무방하다.
[난 원래부터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기존의 안정적인 인간관계 유지도 좋지만 처음 만나 느끼는 어색함, 어색함을 풀기 위한 시답잖은 대화, 얘기를 나누면서 긴장 풀리는 분위기, 그러한 만남이 지속되며 서서히 벽을 허물고 친밀해지는 과정들을 난 정말 좋아한다.
이건 상대 성별 불문하고 동성, 이성 모두한테 해당된다.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그냥 대화만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엄청 심심할 때 가끔 스토어에 채팅 치면 나오는 익명 앱들 중 하나를 설치했다 며칠 안 돼 삭제하는 행동을 한다. 아마 알겠지만 앱 이용자들의 목적은 대부분 조건만남 그다음이 원나잇 등이고 성비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여자는 거의 광고다.
내가 조건만남 목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욕이 주체가 안 돼 원나잇 하려고 까는 것도 아닌, 메이저 채팅 앱이 아닌 익명 앱을 까는 이유는 그곳을 탐방하며 보는 것이 재밌기 때문이다.
처음엔 당연히 티비에서도 광고하는 건전한 척하는 앱을 깔았었다.
근데 여자는 아닌 척하지만 여왕벌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았고 남자는 아닌 척하지만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게 만드는 사람이 많았다.
그냥 한마디로 내숭 천국이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자기의 얼굴을 프사로 걸고 내숭을 떨면서 가식을 떠는 앱이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다.
당연히 얼굴을 걸었으니 모두 조신한 척을 해야 됐을 테지만 그럴 거면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다르게 익명 채팅 앱은 가면이 없다. 익명의 장점을 모두 가진 게 그런 앱들 같다. 자기의 목적을 처음부터 밝히고 아니다싶으면 서로 가차없다. 성별을 여자로만 해두고 게시글을 " ... " 이렇게만 써도 갑자기 쪽지가 폭발적으로 온다.
"안녕하세요" 가 기본이고 "ㅈㄱ", "얼마". "ㅍㅇ", "ㅁㄴ" 등 처음부터 바로 묻는 남자들도 굉장히 많다.
인사에는 인사로 답장을 하고 조건 관련된 물음엔 아니라 얘기한다. 물론 나중엔 조건 아니라 얘기해도 끈 즐기게 구는 사람들이 많아 답장 없이 바로 삭제했다. 하여튼 그렇게 조건 쪽지를 삭제하고 거만한 사람을 삭제하다 보면 쪽지는 전보다 드문드문 온다. 그때가 내가 앱을 쓰기 제일 편한 상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4월에 기구플 잘 맞고 애무 잘하는 몸 개좋은 30대 초 오빠와 트램플 좋아하는 40대 초 멜섭을 두게 되었다.
지금도 시험 기간이고 저때도 시험 기간이었는데 참 뭔가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시기인 것 같다.
전남친과 헤어진 뒤 거의 7달 동안 잠을 안 자다 30대 오빠와 오랜만에 잔 거였다. 섹스의 즐거움은 모르고 그저 이성이랑 사귀면 해야 되는 행위 중 하나였을 뿐인 섹스가 이렇게 흥분되고 재밌는 건지 알게 해준 것도 그 오빠였다. 그렇다 해서 매일 하고 싶진 않았다. 일이주에 한 번이 난 제일 좋았다.
물론 그 오빠는 나보다 성욕이 셌고 나도 괜찮았기 때문에 연달아 잔 적도 있다. 난 체력이 딸려서 한 번 자면 아무리 못해도 하루는 쉬어줘야 되는 쿨타임이 있어야 됐었다.
멜섭과는 자지 않았다. 애초에 잘 생각도 없었다. 딱히 마음에 드는 멜섭도 아니었다. 홀아비 냄새가 좀 나고, 그냥 타자 치기 귀찮을 정도로 하루 보고 말 생각이었던 멜섭이었는데 그래도 30대 오빠와 비슷한 시기에 만나 3달 정도 만남을 유지한 건 트램플이 좋아서였다.
사람 몸위에 온전히 올라가 배와 가슴, 어깨, 얼굴 등 밟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난 날씬하지 않다. 키 160에 bmi 과체중이다. 몸무게를 얘기했음에도 그 정도는 깃털이라며 하도 부탁을 하길래 처음엔 어떻게 사람몸을 밟아 올라서지 거렸는데 개뿔 존나 좋다.]
그 둘을 만나면서 앱은 바로 삭제했고 6월 말쯤 극도로 또 심심해져 똑같은 앱을 깔았다. 역시나 조건 쪽지는 바로 삭제하고 성적인 대화를 안 하는 사람들만 남기며 잔잔한 얘기를 나누던 때였다.
"안녕하세요"라는 공장형 멘트 같은 쪽지에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보냈다.
뭐라고 운을 띄며 대화를 이어나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애초에 잘 생각으로 앱을 깐 게 아니었고 단순히 익명으로 편하게 잔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깐 거라 상대의 나이가 몇이든 성별이 뭐든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30대 후반의 아저씨와 보기로 한 건 앱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입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직장이 우리 집과 굉장히 가까워 주변 상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거리 0km여도 집 근처 사람은 없었는데 그 아저씨는 집은 경기도지만 직장이 이쪽이라 잘 안다고 했다.
주변 음식점 이야기만으로도 얘기가 다른 사람들과의 얘기보다 재밌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다가 그 말을 한 건지 기억 안 나지만
-제가 이 나이 먹고 이렇게 어린 여성과 대화를 언제 해보겠어요.-
저런 말을 하니 뭔가 솔직하면서도 위험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껴졌었다. 말투도 부드럽고 성적인 애기는 전혀 나누지 않고 잔잔한 얘기를 이어나가는데 지루한 느낌도 들지 않았었다. 그렇다 해서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아저씨와 하루 대화를 하고 다음날 만났는지 며칠 대화하고 만난 건지 기억 안 나는데 하루는 아저씨와 얘기한 다음날이 알바가는 날이었다.
그는 알바 가기 전 같이 커피 마시는 거 어떠냐 물었고 나는 좋다 했다.
직장이 근처니 범죄행위는 안 저지를 거란 생각이 있었고 알바가 있어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도 한계가 있고 밥도 아닌 카페 정도야 가볍게 만나기 좋단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돼서야 밥 약속이 아닌 카페로 첫 만남을 유도한 건 일단 상대방 경계 풀기 좋은 전략인 걸 알았다.
다음 날 샤워하고 나갈 준비를 하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카페에서 수다 떨 시간이 없는 상태였다. 내가 처음 보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만 모순적인 점은 막상 만나기로 하면 보기 귀찮아진다는 거다.
바로 알바를 가야 지각을 안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에게 너무 죄송하지만 지각각이라서 다음에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저씨는 자기가 자차로 데려다줄 테니 포장해서 차에서 먹으면서 가자 그랬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나는 진짜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서로 외관 사진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신상도 모른 채, 일상 대화 주고받은 게 다인데 나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람의 차를 탈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만약 허튼짓 하면 눈알을 찌르거나 콧구멍을 하나로 만들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여전히 겁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난 레깅스에 엉덩이 거의 덮는 반팔 상의를 입고 뛰어갔다. 일부러 레깅스를 입은 게 아니라 입은 듯 안 입은 듯하면서 다리 살을 꽉 잡아주는 레깅스가 편했기 때문에 원래 알바할 때 자주 입는 옷이었다.
가뜩이나 좀 긴장되는데 뛰기까지 해서 가슴이 더 뛰는 것 같았다.
스벅에서 아저씨가 나왔다.
생각보다 더 멀쩡한 아저씨였다. 키는 180이 넘었고 떡대도 있는데 뚱뚱한 떡대가 아니라 꽤 단단한 체격이었다.
인상도 좋았고 안경은 지적인 이미지 효과를 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그의 차를 타러 갔다.
하얀 외제차였다.
개인적으로 검정 대형 차를 좋아하고 외제차에 관심도 없어서 지나가다 봐도 눈길조차 안 갔는데
색이 흰색이라 그런지 아저씨의 이미지가 깨끗해 보였다.
심지어 그런 외제차도 처음 타보는 거였다. 좋은 냄새가 나고 넓고 남의 차인데도 편했다.
아저씨의 목소리는 중저음인데 그리 많이 낮진 않았다.
그렇지만 말투가 나긋나긋하고 시끄럽지 않아서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차로 가니 시간이 남아 알바 근처를 돌다가 잠시 주차하고 대화를 나눴다.
별 얘기 안 나눴다. mbti, 알바 얘기 등...
내가 그때는 얼마나 아저씨를 관심 대상으로 안 뒀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알바 들어가기 10분 전에 알바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인사를 하고 내리려는데 아저씨가 악수를 청했다.
아저씨의 첫인상은 좋았다. 그리고 그땐 손잡는 행위는 내게 성적인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었기에 머뭇거림 없이
그의 손을 잡아줬고 헤어졌다.
2번째 만남 때 아마 내 학교를 데려다줬던 것 같다. 진짜 ㅈ도 겁이 없다. 내 신상을 아마 그는 거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만나면서 숨기지도 않았었고. 그 때도 아마 손만 잡았던 것 같다. 기억이 진짜 안 난다 이 날은.
내가 처음으로 아저씨에게 관심 혹은 미묘한 느낌을 가진 날은 3번째 (아마도) 날이었다.
그날은 아저씨가 나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와줬다. 난 더워서 역 지하 의자에 앉아서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어폰 없이 전화를 해 그의 카톡을 못 봤었는데 신나게 전화하다 고개를 드니 그가 걸어왔다.
전화를 끊고 톡을 못 봐서 미안하다 사과했는데 괜찮다 해주셨다.
알바 특성상 몸에 튀김 냄새가 베 기는데 그것도 괜찮다 해줘서 빈말이어도 좋았다.
내가 알바하던 곳은 깔끔한 아파트 단지가 즐비해 밤엔 조용했다. 드라이브를 하다 그는 반짝거리고 예쁜 카페로 가 음료를 사줬고 카페 주위를 같이 걸었다.
가성비충인 내가 그런 카페를 아저씨와 가니 새롭고 좋았다.
아저씨는 나와의 나이차를 많이 신경 썼다.
내 손을 잡다 놨다를 반복했고 난 사람들 시선 신경 안 쓴다며 그의 손을 계속 잡았다.
더 걷고 싶었지만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차로 다시 들어갔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키니 서로 살 것 같다며 음료를 홀짝였다.
장소를 옮겨 더 인적 드문 곳으로 가 대화를 나눴다. 그의 과거.
인생이 마냥 순조롭진 않았던 것 같진 않지만 지금 잘 살고 있으니.
우리 앞엔 진짜 건강미 넘치는 날씬하고 멋있는 여자가 혼자 오토바이를 두고 쉬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섹시하다고 말했다.
나도 동의했다. 그녀는 진짜 섹시하고 멋있었고 그의 말에 질투는 요만큼도 나지 않았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천천히 출발을 했다. 차안 불빛이 푸른색이었다가 분홍색이었다가 초록빛으로 바뀌고..
그런 불빛이 있는 옵션도 그의 차를 타고 처음 직접 본 거라 너무 예뻤다.
출발을 하면서 그는 내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저씨의 손이 내 손에서 손목으로, 손목을 지나 팔뚝으로,
더 위로 올라가 위팔을 주물주물 쥐었다.
천천히 만지며 스르륵 올라가 점점 연해지는 살에 그의 조금 투박하고 큰 손이 닿으니
아저씨와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던 묘한 느낌이 내 머리로 오고 있었다.
세게 주무르지도 않았다. 정말 여리게 만지는데 팔 안쪽은 생각지도 못하게 예민한 느낌을 전달했다.
그의 단단한 손가락과 살살 만지는데도 느껴지는 악력, 그리고 날 가로막은 길고 두터운 팔.
"그.. 잠시만.."
"왜요?"
난 왼손으로 아저씨의 팔뚝을 잡고 내리려 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내 팔을 놓지 않았고 조금 더 움직였다.
옷 위로 아저씨의 팔이 내 가슴에 닿았다. 가슴을 완전히 누를 정도로 닿지 않았다. 정말 가슴을 덮는 브라, 그 브라 위의
얇은 여름 옷이 닿은 거였다. 그런데도 전기가 흐르 듯 내 가슴 중앙은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닿겠어요.."
"안 닿아요-"
아저씨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안 닿았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너무 태연한 모습에 나는 그의 얼굴에서 고개를 돌렸고 긴장이 돼서 정면을 봤다가 여전히
내 가슴 앞에서 여린 팔뚝을 만지는 그의 손을 보며 입을 잘근거렸다.
괜히 긴장되니까 숨이 크게 쉬어졌고 당연히 내 가슴도 더 크게 움직였다.
이대로면 내가 이상해질 것 같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질 때쯤 그는 다시 스르륵 내려와
내 손을 잡았다.
한순간에 긴장이 풀려 난 크게 숨을 한 번 쉬었다.
능글맞은 아저씨. 내가 웃겼겠지.
집 근처에 도착했다.
인사하고 가려는데 이번엔 안아줄 수 있겠냐 했다.
정면으로 그를 마주하는 일은 잘 없었다.
그 당시엔 못 알아챘지만 내가 그를 꼭 안아주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던 건 내 이상형과 닮아서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이상형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이 연기한 '이지훈'이란 캐릭터다.
본방 때 나는 초등학생이라 '이지훈'보단 '정준혁'이란 양아치 캐릭터에 빠졌었지만
나중에 재방으로 보고 또 보니 '이지훈'이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임을 알게 됐고 빠지게 된 거다.
키 크고, 지적이고, 체격 있고, 말수는 많지 않은데 재밌게 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와 능글맞은 장난까지.
집에 돌아가서도 난 내 차가운 팔 위로 느껴지던 따뜻하고 뜨거웠던 그의 손 안에 한동안 갇혀있었다.
이 썰의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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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2.12.14 | 현재글 나의 아저씨 - 0 |
2 | 2022.12.15 | 나의 아저씨 - 1 (1) |
3 | 2022.12.19 | 나의 아저씨 - 2 |
4 | 2023.01.19 | 나의 아저씨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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