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친구 엄마 1
아버지는 교육열이 상당하신 분이었다.
아버지 본인께서 어릴 적 학구열이 높았던 것에 비해 빈곤했던 집안 형편으로 학구열을 만족하지 못했던 게 이유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이른바 못배운 한이라고 해야 할까. 아버지는 자신의 울분을 내게 되물림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말씀하셨고 나는 교육 쪽으로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는 않게 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흔히 말하는 반항기였다.
나는 놀고 싶은데 학원과 과외는 언제나 나를 미치게 만들었고 사춘기에 접어들 때 즈음 담배, 술 등의 비행도 많이 저질렀다.
부모님은 이런 나를 두고 언제나 한심하다 말했고 반대로 나도 부모님에 대해 깝깝하다 느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어학연수를 갔다 오라고 말했다.
무슨 갑자기 어학연수인가 싶었는데 아버지 지인이 어학원을 열었는데 싼 값에 받아준다는 이야기.
친구들하고 놀 생각에 가득했던 나는 가기 싫다고 말했지만 표는 이미 구해져 있었다.
아버지는 애초부터 내 의견은 들어볼 생각도 없었던 거다. 그래서 뭐 어쩔수 있나.... 해외 여행 한다는 기분으로 그냥 가야지.
하우 아유 아임 파인 땡큐 앤유? 처럼 틀에 박힌 대화 이외에 영어라고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주입식 교육 꼴통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필리핀이었다.
어학연수 가본 사람은 알테지만 1달의 영어 공부는 정말 의미가 없다. 집중도 안 될 뿐더러 기껏 해외에 나왔으니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더 컷거든...
거기다가 끼리끼리 모인다고 거기에는 나 이외의 꼴통 형님들이 다분히 있던지라 중학생임에도 형님들과 어울려 밤길을 거닐기도 했다.
그렇게 1달이 지나고 귀국하기 며칠 전에 아버지가 전화로 말했다.
너 거기서 학교 다녀라.
...?
그때 내 표정을 뭐라 형용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세상의 온갖 좆같음을 다 끌어모은 표정이었을 거다.
한국과 달리 필리핀의 학교는 가을부터 새학기가 시작한다. 즉 여름방학이 지나면 필리핀 학교의 새학기가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진짜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절대로 싫다고 전화에 대고 바락바락 소리질렀지만... 그건 이전과 같이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했다.
내 의견은 말 그대로 좆으로도 듣지 않았고 나는 얼떨결에 필리핀 네이티브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다.
당시 나는 굉장히 예민하던 시기였다.
부모님의 시선이 닿지 않아서 내 맘대로 하지 않느냐? 그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만 거기에 대해 대답하자면 '글쎄올시다,' 다.
난 영어를 정말 못했다. 흔한 영어 단어 하나 몰랐고 대화는 원숭이마냥 손짓발짓 해야만 간신히 진행할 정도.
지금 필리핀에 혼자 남으면 그야말로 광란의 밤을 보낼 것 같지만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돈도 없었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아무튼 학교에 가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나는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어학원에서 홈스테이로...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같은 국적의 커뮤니티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가게 된 홈스테이 집도 어학원장인 아버지 지인을 통해 알게된 곳이었다.
좋게 말하면 홈스테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의 집에 얹혀 살기. 물론 생활비를 내기는 하지만 다른 가정집에 의탁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애초에 내가 여기에 오게 된 이유가 그 빌어먹을 부모의 교육열이었으니 기분이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 지인을 따라 홈스테이 할 집에 도착했을 때 내 인생이 바뀌었다.
"어머 너가 OO구나? 어서오렴."
아직도 그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를 맞이하던 아줌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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