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친구 엄마 13
그렇게 끊어져 가던 인연의 실이 다시 이어지면서 아줌마와 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받게 되었다.
이전에는 단답, 그것마저 틀에 박힌 대답만 하던 아줌마의 말은 점차 길어지고 많아졌고 진짜 무언가 나와 감정을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작스럽게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금방 생각을 접었다. 어쩌면 아줌마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게 바로 그 변화의 이유가 아닐까 싶었으니까.
설령 아니더라도 내가 쓸데없이 고민을 하느니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 페메로 안부를 전했는데 간혹 정말 보고 싶을 때면 직접 전화를 걸어 아줌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항상 전화를 끊기 전에
"아줌마... 너무 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고 그에 대해 아줌마도
"나도..."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때까지 많은 여자를 만나고 사귀었었다. 군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여자와 사귀었으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녀들과 사귀면서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던 거 같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말 그대로의 의미다.
그냥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정도의 수준이지 마음에 품고 사랑했다,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녀들도 나에게 금방 질려 했고 나도 그녀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 그랬을텐데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게 이렇게 가슴이 뛰는 일이던가?
좀 이상하긴 했다. 냉정하게 머리를 비우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면 아줌마와의 관계는 정상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그마저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성과 여성에 대해 무지했던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서 과도하고 부풀려졌을 뿐의 감정.
그런데도 나는 아줌마에 대해 이미 너무나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어느 정도 이를 잊어버렸다곤 해도 다시 얼굴만 보았을 뿐인데도 금방 되살아 났을 정도니까.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가 연락을 취하면서 우리는 언제 휴가를 나가면 좋을지 날짜를 조절했다.
내가 최대한 아줌마와 길게 있고 싶다고 했더니 뭘 하고 싶길래 귀한 휴가를 낭비하려 하냐며 웃었다.
그리고 가장 적당한 시기를 찾았고 나는 무사히 그때에 부대의 정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아줌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만 약속된 시간은 오후 6시 즈음이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아줌마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었다.
군복을 너무 오래 입어서 그런지 왜 이렇게 사복이 불편하게 느껴지던지... ㅋㅋ
뭐가 그리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싱글벙글하냐며 어머니가 물었다.
곧이곧대로 말씀드릴 수는 없어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자 친구만 찾느냐며 섭섭해 하셨다.
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줌마와 만나는 게 나에게는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약속 장소 근처의 피시방에서 시간을 때웠다. 듣자하니 주변에 아줌마가 일하는 곳이 있다는 모양이다.
5시 정도까지 시간을 떼우다가 카페로 자리를 옮겨 기다리는데 1분 1초가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던지.
휴가를 나오기 위해 기다렸던 2달 정도의 시간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들긴다.
"오래 기다렸니?"
아줌마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잘 빠지고 맵시 있는 복장에 아줌마가 마치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처럼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쿵대며 뛰는데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어졌다.
"저도 방금 왔어요."
"배고프지? 가서 밥먹자."
아줌마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 희미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것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고기가 불판에서 익어가고 술잔을 기울였다. 술이 들어가자 살짝 막혔던 입이 트이기 시작했다.
대화의 시작은 뭐... 여느 사람들이 그러하듯 적당한 근황 이야기부터 나왔다.
요새 어떻게 지냈냐느니, 별 일은 없었냐느니 같은 것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만 급할 게 뭐가 있을까.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내가 물었다.
"아줌마, 저 보고 싶었어요?"
"응?"
"저 보고 싶었냐고요."
그러자 아줌마는 피식 웃었다.
"보고 싶었지. ㅇㅇ이는 아줌마 많이 보고 싶었다며?"
"네. 정말 매일 같이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 순간만을 위해 나는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줌마를 다시 만났던 게 너무나 기뻤다.
그래서 궁금했다. 왜 이제까지 내 연락을 받지 않았고 갑자기 먼저 연락을 한 걸까. 나는 조심스래 그걸 물었고 잠깐 한숨을 쉬던 아줌마의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다.
"아줌마 이혼했어."
그 말에 조금씩 올라오던 술기운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줌마는 대강의 이야기를 설명해주었다.
가족끼리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S는 이전보다 더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성격도 그렇고 공부도 더럽게 못하고... 거기다가 동양인이라서 애들에게 참 많이 따돌림을 당했다고 하더라.
그것 때문에 아줌마와 아저씨 사이에서는 불화가 터졌고 이게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아줌마는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게 내가 군대 들어갔을 시점의 이야기다.
S는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아저씨의 회사에서 잡일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똘똘한 A는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갈라진 부부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갈라서게 된 것이다.
아줌마가 내 연락을 피한 건 당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고 또 어릴 때 나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생각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강 상황을 듣고 나는 아줌마에게 굉장히 큰 미안함을 가졌다. 어머니에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서 충격이기도 했고...
가족으로서 좋은 결말은 아니지만 이혼을 하고 마음의 정리도 어느 정도 되어 나를 다시 만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줌마가 내게 연락을 주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내가 지속적으로 보냈던 페메.
남들에게 자랑할 이야기도 아닌지라 이걸 풀어낼 수도 없고 홀로 한국에 돌아와서 마음 고생이 많아 우울증도 앓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답장도 없음에도 계속 메시지를 남겨줘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렇게 기쁘고 서러웠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줌마도 나도 술기운이 꽤 올랐지만 인사불성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어떻게 할래? 2차 갈까?"
식당을 나왓을 때 아줌마가 내게 물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대로 돌아가기 싫었다. 아줌마와 더 오래 있고 싶었고...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
술기운 때문에라도 괜찮으니 아줌마를 안고 싶었다.
"가요."
나는 짧게 대답하고서 아줌마를 데리고 근처 모텔촌으로 향했다. 아줌마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팔짱을 끼고 천천히 발걸음을 맞추었다.
방 하나 숙박으로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서 아줌마와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아줌마는 옛날 생각 난다며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아줌마와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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